ㆍ시대따라 변한 가수 등용문

1950~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수들의 등용문은 시대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 ‘데뷔 ○○주년 기념 공연’을 가지는 다수의 가수들에게는 데뷔 당시의 등용문에 대한 회고담을 듣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패티김은 1958년 미8군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노래를 시작하여 이듬해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뛰어난 보컬 음색에 힘입어 조선호텔 사교클럽의 전속가수로 발탁된 그는 그곳에서 만난 장교들과 다수의 외교관을 통해 해외 진출의 기쁨도 맛봤다. 패티김은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며 50주년 기념 간담회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고 과거의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미8군은 당시 대부분의 가수들이 음악 무대를 시작했던 유일무이한 장소로 통했다. 군부대 내 클럽에는 연일 외국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이와 함께 한국 가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이곳에서는 해외 최신 유행 음악과 값비싼 악기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미8군 무대를 거쳐간 가수들은 단연 돋보이는 세련됨을 무장한 채 대중과 TV 매체가 가장 선호하는 가수로 급부상했다.

현미 역시 미8군에서 코러스를 하다가 어느날 주요 가수가 펑크를 내면서 가수로 데뷔하는 기회를 잡았고, 신중현과 조용필도 미8군 무대에서 기타를 치는 것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국내 최장수 밴드인 사랑과평화도 이곳 출신이다.

70년대는 서울 명동의 클럽들이 가수들을 배출하는 주요 등용문으로 여겨졌다. 1960년대부터 명동 한쪽에 자리했던 미도파 살롱, 은성 살롱, 쎄시봉, 닐바나 등 수많은 클럽은 록그룹의 춘추전국 시대를 이루게 하는 주요 견인차로서의 몫을 다했다. 김홍탁 등의 키보이스(해변으로 가요), 윤향기의 키브라더스(장밋빛스카프, 별이 빛나는 밤에), 코끼리 브라더스, 샤우터스, 김치스, 바보스, 라스트찬스, 히터스 등의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명동 주요 클럽을 바탕으로 음악인생을 키워갔다.

70년대 초반 장계현의 템페스트, 손학래가 꾸린 밴드 호랑나비, 데블스, 딕패밀리 등도 명동 클럽가를 통해 가수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70년대 후반 명동 인근의 종로 라이브 음악 다방이 번성해지면서 양희은 등과 같은 가수들을 배출해내는 성과를 냈다. 80년대의 경우에는 각종 캠퍼스 가요제 및 방송사 주관 음악 가요제가 등용문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다.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가 매해 빅스타들을 탄생시키는 주요 창구 역할을 단단히 했다. 옥슨80, 활주로, 라이너스 등 내로라하는 밴드들이 이곳을 통해 등용됐고, 이후 이선희, 유열 등의 스타로 그 순서가 이어졌다.

90년대 중반기 이후 가요계의 등용문은 딱히 지정할 만한 곳이 없어졌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더 이상 대형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 채 그 주요 역을 일반 가요 기획사들에 내줬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다수의 가수들은 가요 기획사들의 발품으로 인해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점하거나 히트곡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스타들을 대중에게 선사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서태지, 10주년의 이효리와 신화 등이 모두 이 사례에 들어간다.

〈 강수진기자 〉

Posted by 불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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