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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이한, 2002)
교복을 벗고 사회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청춘의 모습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성장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겪게 될 그들의 시간 속에는 분명히 가슴 저린 연애의 경험이 찾아올 것이다.
모든 것에 가속도가 붙어 두려움마저 불러일으키는 세태이지만 첫사랑은 언제나 ‘전적인 감정적 헌신’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찬미의 대상일 터, 청춘 혹은 첫사랑은 그것이 결국 지나가버릴 것이라는 점에서 애틋하기 그지없다.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는 어린 시절부터 질병으로 고통받아 왔지만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은 요정 같은 아가씨들! 죽음의 선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녀들의 시간 속에 순수 청년 지환(차태현)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적대적인 갈등이 아니라 캐릭터의 순수를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된 삼각관계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수인에게 끌리다가 점점 장난꾸러기 같은 성격의 경희에게 사랑을 느껴가는 지환의 모습에서 그 어떤 거부감도 느낄 수 없으며 서로를 깊이 동일시하고 있는 수인과 경희가 지환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서로 배려하고 돌보는 이상적 관계로 발전한다.
이성 커플의 로맨스 대신 서로를 보호하는 관계로 맺어진 세 사람을 통해 우리는 상처마저도 그리운 지난날을 되돌리고 싶은 욕망과 만나게 된다. 찰나에 그친 어떤 순간을 다시 현존의 세계로 초대함으로써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의 본질과 ‘연애 소설’의 멜로드라마적 동경이 결합한 것이다. 지환의 취미가 흑백사진 찍기라는 사실은 이러한 의도와 조응한다. 흑백사진 속의 빛바랜 기억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고리이다.
수인, 경희의 관계는 지환에게 가족 사진첩만큼이나 소중한 또 하나의 추억을 선사한다. 그것은 그녀들의 죽음이라는 절박한 현실로부터 유리되어 세 사람이 여행 중에 찍은 한 장의 사진 속에 정박된다. 지환과 함께 그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심정은 슬픔만이 아니라 애잔한 그리움과 함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되짚어가는 축복과도 은밀히 교통한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을 되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지환의 낡은 카메라이다. 지금 이 시간,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견고한 물체로서의 카메라는 언제나 조금 전에 지나간 순간을 자기 안에 담는 숙명을 갖고 있다. 부재와 현존의 끊임없는 교차! 지환이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의 클로즈쇼트가 엔딩 직전을 장식한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도달하고자 했던 멜로적 감수성의 극치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리고 지나간 그 시절, 유치하지만 맑고 순수하게 빛나는 감수성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지나쳐 올 수 없었던 그 시절의 한 귀퉁이에 우리 모두의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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